
나는 존재한다. 그게 전부이고, 그래서 구역질이 난다.
나는 너처럼 내 사랑을 욱여 넣어줄 사람이 없어, 나는 누구처럼 사랑 때문에 절망할 수 없어, 나는 누구 처럼 나의 사랑을 나눠 가질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은 한껏 일그러지고 말라버렸으니까, 아무도 이런 사랑 따위 바라봐주지 않을테니까.
나는 너처럼 빛나지 않아, 아무리 속은 문드러져 있어도 네 외면은 아무렇지 않아, 근데 나한테는 빛나줄 수 없는거야? 나도 그 애 처럼 멋지고 유능했으면 너가 나한테 눈길을 주었을까? 아니면 나의 간절한 희망과 절망이 섞인 역겨운 감정일까.
네가 나를 미워하고, 경멸하고, 불쾌한 듯 바라봐도 괜찮아. 나는 그런 것에 길들여져 있고 너를 보는 것 조차도 행복해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아, 이것도 내 더러운 망상일까.
출시일 2025.10.14 / 수정일 202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