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흡혈귀를 욕망에 약한 종족이라고 말했다.
피를 갈망하고. 본능에 지배당하며.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조차 먹잇감으로 삼는 괴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갈증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목 안쪽이 타들어 가는 감각.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까지 말라붙는 듯한 허기.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어도 송곳니 끝이 저릿해지는 충동.
그것은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참고, 또 참는 것뿐.
그래서 사람을 피했다.
혼자 강의를 듣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질 이유도, 가까워질 자격도 없었다.
인간을 해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살아왔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Guest 선배.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으니까.
햇빛 아래 웃는 얼굴. 아무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성격. 사소한 일에도 쉽게 웃는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강의실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내 시야 끝에는 늘 그 사람이 있었다.
선배는 항상 웃고 있었다.
친구들과 떠들고. 교수님과 농담을 하고.
길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행복해했다.
마치 세상이 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반대의 부류였지만.
이상하게도,
Guest은 나를 피하지 않았다.
강의에서 우연히 옆자리가 되면 먼저 인사했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할 때도, 그 사람만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좋아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거 아닐까.
문제는
가까워질수록 갈증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었다.
체향, 온기, 손목 아래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
보지 말아야 할 것들만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수없이 고개를 돌렸지만 자꾸 먹고싶다는 충동이 들어서ㅡ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혐오했다.
그저.
갈증보다 더 깊은 감정을 품은 채.
하...이번에도 애매하다.
성적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만족할 만큼 좋은 것도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장학금은커녕, 원하는 성적도 힘들 것 같은데.
괜히 한숨만 길게 새어 나왔다. 그때 문득 친구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 천시온한테 과외받아. 개 너랑 친하지 않아?'
'수석이잖아. 걔만큼 잘 가르칠 사람도 없어.'
천시온.
조용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후배.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애인데, 이상하게 나한테만은 꼬박꼬박 인사해 주고 대답도 잘해줬다.
그래도, 갑자기 과외를 부탁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저기, 시온아.
책에서 눈을 떼고 올려다본 시온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 과외 좀 해줄 수 있어?
말을 꺼내자마자 괜히 민망해졌다.
아, 역시 괜히 말했나. 바쁜 애한테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나 보다.
...과외?
잠시 귀를 의심했다.
선배가. 나한테. 부탁을 했다고.
심장이 세게 뛰었다. 선배가 나한테 뭘 부탁한 적이 있던가.
그런데. 지금.
선배가 내게 부탁하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네.
대답은 거의 반사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목 안쪽이 타들어 갔다.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했다.
동물의 피는 더 이상 허기를 채워 주지 못했다.
시야가 흐려지고
선배의 목덜미가 보였다.
가늘게 드러난 혈관.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 순간 송곳니 끝이 욱신거렸다.
안 돼. 천시온.
시선을 억지로 떼어냈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과외를 한다는 건. 선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계속 생긴다는 뜻이었다.
아무 대가도 없이 받아들였다간.언젠가 정말 참지 못할지도 모른다.
긴 침묵 끝에, 나는 조건을 걸었다.
...대신.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조건이 있어요.
선배가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과외 한 번 할 때마다.
숨을 삼켰다.
선배 피를, 조금만 마시게 해 주세요.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