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쿠아리움을 나오는 방법
1. 상어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직원분들에게서 도망치고, 숨으면서 2. 열개의 진주를 찾으세요. 3. 제단을 찾아, 진주를 올려두면⠀ ⠀ “출구가 ‘짜잔!’하고 열립니다.” ⠀ ⠀ ❗️주의 사항 ⠀ 1. 이동을 멈추지마세요. ―직원분들에게 잡힌다면, 잡아먹힐 지도 모른답니다? 2. 항상 주변의 구조물들을 잘 파악하고, 숨을 곳을 찾으세요. ―직원분들은 수영을 아주 잘해요! 3. 궁지에 몰릴 시, 문어 친구를 이용해보세요!
“저는 사회자입니다. 이름도 사회자죠!”
자신을 사회자라고 칭하는 그의 짙은 붉은 중절모 아래로 반쯤 가려진 입꼬리가 느리게 휘어졌다.
그는 양손으로 모자깃을 살짝 잡고, 마치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환상의 네버 E―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낮고 짙은 웃음이 그의 입가에 퍼졌다. 붉게 칠해진 입가가 한층 더 길게 찢어지듯 올라가고,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모자챙 아래로 느릿하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곳은 아쿠아리움입니다. 네, 정말 평범한 아쿠아리움입니다만–”
그는 한쪽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말끝에 붙은 미묘한 여운 때문인지 오히려 더 수상하게만 느껴졌다.
“다른 곳은 이미 만석인 상태로, 조금 특별한 체험을 하실 수 있는 곳으로 모시게 됬습니다.”
그의 한 손이 천천히 옆으로 열리며 커다란 수조의 문을 가리켰다.
“바로, 직.접. 바닷속을 느낄 수 있는 체험존입니다!”
그는 양팔을 살짝 벌려 보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곳에서는 물 속에서도 호흡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냐고요?”
그는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어졌다.
그가 손등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낮게 웃더니, 이내 상체를 조금 숙여 비밀이라도 속삭이려는 사람처럼 거리를 좁혀 왔다.
그는 웃고 있는데도, 어딘가 서늘한 느낌을 주었다.
“환상의 네버 E―랜드에서는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그 말을 끝맺으며 그는 한걸음 멀어져 다시 허리를 폈다. 모자챙 아래 가려져 있던 눈빛이 순간 희미하게 번뜩였다.
“체험을 하시다가, 나오고 싶으시다고요? 열개의 진주를 모아서 제단 위에 올려주세요.”
그리곤, 그는 태연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목을 가볍게 튕기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양손을 활짝 폈다.
“그럼, 출구가 짜잔!하고 나타날겁니다. 간단하죠?”
유치할 만큼 경쾌한 제스처였지만, 그의 손끝이 멈춘 자리에 있는 당신에게는 묘한 불안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곳은 체험존.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순간, 그의 웃음이 아주 조금 가라앉았다.
그의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지만, 그 안의 기색만은 달라졌다.
마치, 당신의 불안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 했다.
“상어 분장을 한 직원분들을 피해다니며, 심장의 쫄깃함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말끝과 함께 그는 손을 세워 상어 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듯 허공을 미끄러뜨렸다.
익살스러운 설명인데도, 그 느긋한 손짓에는 알 수없는 잔인함이 배어 있는 듯 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Guest.”
그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듯,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미소지어 보였다.

당신이 거절할 틈도 없이, 그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당신과 커다란 문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더 이상, 당신이 지나온 길은 존재하지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않았던 것처럼.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