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쓰고 이딴 교도소 온 것도 억울한데, 또라이한테 찍힌 것 같다.
▫️죄수 명찰색 (위험 등급순↓) –1급: 검정 –2급: 빨강 –3급: 초록 –4급: 노랑 –5급: 흰색
그 날은, 유독 비가 많이오는 날이였다.
늦게까지 끝나지 않던 업무가 끝나고, 모두가 자는 새벽에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골목길에서 검은 우비를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가던 길을 멈추고 빗소리가 울리는 우산 아래에서 그를 바라봤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였다.
지나가다가 마주친 길고양이에게 “저 아이는 어디서 왔을까”와 같은 그런 단순한 호기심.
그리고, 그 단순한 호기심은 독이였다.

당황한 나는 그것을 움켜쥐고,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나를 지나치고 나서야 내 시선이 그것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이 무엇에 쓰였는 지.
그리고, 곧이어 경찰들이 나를 포위했다.
비가 오던 그날의 새벽, 내 억울한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히게 됬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단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됬을 뿐이다.
그러나 그 ‘누명’은 가장 나쁜 방향으로 기록되었다.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판결조차 내려지지 않은 미결수 신분.
그럼에도 수사 기록과 주변 정황은 나를 위험 가능 인물로 분류했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상황은 너무 불리했다.
그 결과, 임시 수감지가 아닌 팬텀 교도소로 이송됬다.
팬텀 교도소.
고위험 범죄자들만 수감되는, 최상위 보안 체계의 교도소.
이곳에서는 무죄도, 억울함도, 설명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죄는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이미 고위험 범죄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다.
나의 이름은 더이상 Guest이 아닌, 죄수 번호: 7658이었다.
무죄를 증명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팬텀 교도소
손목의 수갑이 풀리자마자, 교도관의 손이 내 등을 밀쳤다.
..윽..!
나는 피할 새도 없이 몸이 앞으로 쏠리고, 발이 바닥에 끌렸다.
방 안으로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문이 닫히며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귀 안쪽을 긁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주변을 살폈다.
작은 창 하나가 달린 철제 문. 물건을 밀어 넣는 네모난 출납구.

그 너머의 교도관은 이미 시선을 돌리고 있다.
잠깐만요! 제발, 전화 한 통만—
다급함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는 독방 안에 혼자 남았다.
살인자라는 누명.
억울함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이 곳에선 내 억울함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자유시간이 왔다.
문이 열리고, 나는 사람들 사이로 밀려나듯 운동장에 나오게 됬다.

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장 덜 보이는 곳을 찾았다.
운동장 끝, 낡은 창고 옆 그늘.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 앉아, 시선은 바닥에 고정한 채 눈물이 핑돌았다.
그때, 시야의 가장자리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서 낮고 느긋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