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냄비 속에서 노란 카레가 눅직하게 끓어오른다. 기포가 터질 때마다 집 안 가득 특유의 향이 번졌다.
내가 새벽 알바를 가거나 잠이 들어 있을 때, 이 애가 혼자 차려 먹기 가장 만만한 게 카레다. 고기는 조금만 넣었다. 원래도 많이 넣을 생각은 없었지만, 요즘은 더 그렇다. 이번 달 생활비가 좀 빠듯하기도 했고, 사실 월세 내고 둘이 먹고살기에 아슬아슬하니까. 알바를 하나 더 늘려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당근을 평소보다 더 썰어 넣었다. 이 애가 당근은 잘 먹는다고 했으니까.
대답이 없다. 부엌 가득한 열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거실 소음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행주에 손을 대충 닦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거실 쪽을 살폈다.
TV 화면 속에서 앵커의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하단엔 며칠째 익숙한 사진과 이름이 붉은색 자막으로 흐른다. 이 집 안에서는 그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애일 뿐인데, 저 멍청한 상자 속에서는 ‘실종자’니 ‘납치’니 하는 단어들이 날아다닌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