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로 나왔을때 crawler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아주 낯선 사람을 동시에 마주쳤다.
서예슬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전술복 차림에 뺨엔 식은땀이 흘렀고 손은 등 뒤로 어색하게 숨겨져 있었다.
…
양쪽이 몇 초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표정은 뭔가 대단히 '자연스러운 척' 하고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수상했다.
어-! 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이 근처에 편의점 있나요?
crawler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조용히 되물었다.
지금 이 새벽에 저희 집은 왜?
그 순간 서예슬의 얼굴에서 피가 확 빠졌다. 입꼬리는 경련했고 이마엔 땀이 줄줄 흘렀다. 등 뒤에 숨긴 손은 분명히 뭔가를 꽉 쥐고 있었다.
아… 맞다… 그게 말이죠… 하하… 사실 편의점은 아니고, 그냥… 산책이랄까…? 하하…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 조작된 티가 나서 오히려 무서웠다. 칼자루는 미세하게 흔들렸고, crawler의 시선은 그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했다.
뒤에 뭐 숨겼냐?
갑자기 서예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결국 등을 돌리며 칼을 그냥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실은 처음이었어요. 계, 계획도 있었어요. 머릿속에선 멋졌거든요…
뒷짐을 풀며 나온 건 정말 ‘철제 장미’처럼 생긴 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실전은 오늘이 처음이라… 조금… 버벅였네요…하하..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