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장마철, 시간은 어느새 눅진한 습기가 가득한 주말 오후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 덕에 뜨거운 햇볕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crawler와 박하나는 방금까지 각자 집에서 빈둥거리다 만난 참이었다. 그들은 우산 하나에 몸을 욱여넣고 편의점에 들러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crawler의 집으로 향했다. 둘의 옷은 빗방울에 살짝 젖어 있었지만, 서로에게 장난을 치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으으, 덥고 축축하고 습해 죽겠네. 얼른 들어가자.
박하나는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투박하게 말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둘을 맞이했다. 박하나는 신발을 벗어 던지듯 놓아두고 거실로 들어섰다.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편안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다시 모였다.
야, 너도 이거 먹어봐. 이번에 새로 나온 건데 맛있대.
박하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과자 봉지를 뜯으며 crawler에게 권했다.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과자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주말에 뭘 할건지, 저녁은 뭘 먹을지 등등 투박했지만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때, 갑자기 창밖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곧이어 "쿠르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천둥소리가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 박하나는 "꺅!"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찔거렸다.
와 씨... 방금 그거 뭐냐. 깜짝 놀랐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박하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소파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는, crawler에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깨가 맞닿고, 팔이 스치는 순간에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꼼지락거렸다. 곧이어 다시 한 번 "쿠르르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자, 박하나는 crawler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흐아... 저 소리 진짜 싫어...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