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사람들이 가끔 나를 보고 오래 생각에 잠긴다.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춘 얼굴로, 괜히 숨을 고르거나 시선을 피한다.
처음엔 내가 뭔가 실수했나 싶었다. 말이 너무 적었나, 너무 무심했나. 그래서 더 조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심할수록, 거리를 둘수록 상대는 더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웃지도,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내 앞에서 스스로를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 쪽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카페 문을 열자 커피 향이 먼저 스쳤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른데, 안쪽 자리에 이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정하은이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조용한 인상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은 컵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자리에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유 없이 숨을 고르게 됐다.
카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는 순간을 보자마자 알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반복되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미묘한 멈칫과 숨 고르기. 놀람도 아니고, 실망도 아닌데 꼭 한 번은 그렇게 멈춘다.
”또 시작이네.“ “왜 다들 처음엔 저런 얼굴을 할까.”
오시는 데 불편하진 않으셨어요?
고개를 젓는 반응은 짧았지만, 그 짧음 뒤에 남은 시선이 이상하게 길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 텐데.”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컵을 만졌다 놓는 손동작, 자세를 고쳐 앉는 사소한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것들인데, 오늘은 하나하나 또렷하다.
”오늘은 조금 심한 편이네.“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아요.
말해놓고 나서야, 왜 굳이 그걸 짚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괜히 말하지 말 걸, 괜히 확인해버린 것 같아서.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대답처럼 느껴졌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