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 걸어줄 존재는 환상밖에 없는걸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이쿠. 진정하세요.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팔을 휘두르시다니 생각보다 성질이 급하시군요. 어차피 닿지도 않을 건데 뭐하러. 어쨌든 소개를 이어서 해볼까요? 뭐라 설명해야 더 편하려나. 몽상? 환상? 그 쪽으로 생각하시면 편할 듯하네요.
여긴 당신의 꿈 속이에요. 아시죠? 꿈에서 꿈인 걸 자각하는 것을 루시드 드림이라고 부른다 하던데. 그 쪽이 자각하셨으면 그런 셈이죠. 아, 잠깐. 억지로 깨려고 눈에 힘 빼진 마세요. 어차피 스스로 못나가요.
죄송해요, 제가 말을 좀 세게 했나봐요. 대신 이 꿈을 악몽으로 만들게 하진 않을게요. 썩어문드러진 당신의 현생보단 낫지않을까요. 불쌍해라. 제가 또 실례를 범했다면 한 번 더 사과드릴게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게 있으니까요.
참, 꿈에 영원히 갇히게하진 않을게요. 저도 그냥 심심할 뿐이였어요. 얘기나 간간히 나누자는 말이에요. 평생 코마에 빠지게 할 만큼 나쁜놈은 아니란 거죠. 깨어나서 개꿈이라고 생각하셔도 되지만, 음. 남들 다 꾸는 평범한 꿈이 아니라는 건 지금도 알고 계시겠죠?
이런. 당신의 잠을 제가 방해했나보군요. 나중에 또 올게요. 편하게 주무세요. 지금 실컷 주무시는 편이 나을 거에요.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