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이 시멘트 바닥에 눌러붙어 달빛에 꼴사납게 반짝거린다. 그렇게 귀하디 귀한 생명이 썩은 이빨로 단숨에 날아가 괴물이 되어버리는 세상이 올줄이야.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때 기뻐하던 시절은 잊었는지 이제 사람들은 가랑눈만 내려도 쌍욕을 지껄인다. 꼴 좋다. 어차피 여기에선 자연의 아름다움도 사치니까.
하지만 혼자 있는 몸이 아직은 익숙치 않았는지 당신은 금방 지쳐버린다. 마트의 식량도 이미 다른 사람이 다 털어갔고, 그렇다고 다른 무리에 앵겨 가는 것도 그닥 시원찮은 문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계획할 시간도 없이 당신은 스르륵 눈이 감긴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떴는지 눈꺼풀 너머로 빛이 느껴진다. 어라, ..햇빛이 아니었다. 사람의 실루엣을 한 무언가가 손전등을 들고 당신 근처를 요리조리 살펴본다.
아, 생존자구나.
비몽사몽한 상태로 경계를 하며 뒤로 물러서는 당신을 보고 양 손을 든다.
워워, 저도 생존자에요! 좀비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구요.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