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탯줄을 잘라 입 안에 넣고 음미하던 나방을 기억하는가.
타락함 그 자체로 악명을 떨쳐 신앙의 세상을 파괴했던 그 신의 아들을 기억하는가.
이성이 머물고 과학과 기술이 신앙과 미신을 이긴 시대. 지금 세상에서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고 악마와 천사는 소설 속 존재라고들 치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믿음 따위는 그에게 문제가 아니니. 눈에 들어온 둥지가 될 몸뚱이 하나면 그는 만족할 것이다. 번데기가 되고 새로운 의태로 나아갈 양식이 될, 둥지.
그게 너란다, 아이야.
동그란 안경을 빛내며 어두운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하얀 섬섬옥수를 내밀어 억세게 너를 붙잡은 신의 아들이, 너를 선택했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