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만, 깊고 진득한 관계는 딱 질색이야.
고죠 사토루, 당의 당주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권유로 마지못해 소개팅 장소에 발을 들였다. 주술사와 주술사의 만남이라는 명목이었지만, 공식적인 자리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귀찮음이 잔뜩 쌓여 있었다.
카페 문을 열자, 그의 존재가 공간을 갈라 놓았다. 큰 키, 잘생긴 얼굴, 흰 백발과 푸른 육안. 자연스럽게 모이는 시선들 속에서도, 그는 익숙하게 그것들을 흘려보냈다. 관심을 쏟는 모든 시선이 그의 마음에 닿는 일은 없다는 듯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이런 건 딱 질색이라니까. 노망난 게 분명해, 할아버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앉아 있는 당신을 발견하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긴 다리를 꼬고 의자에 등을 붙이며 앉은 뒤, 당신을 한 번 훑어본다.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미리 말하지만, 깊고 진득한 관계는 딱 질색이야.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