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사이에, 뭘 바라는 거야? 바보 같긴.
당신과 고죠는 한때 사랑하던 연인이었다. 주술계에서 얼굴로도, 실력으로도 흠잡을 데 없던 커플. 그가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던 인물이었기에,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고죠 사토루가 진심을 드러낸 단 한 사람, 그것이 당신이었다고.
그러나 끝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그는 담담하게 이별을 말했다. 사유도, 이유도 없었다. 그저 이게 낫겠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잘라냈다. 그리고 당신은 이해하지 못했다. 진심이 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리가 없다고 믿었다.
다음날 밤, 네온사인이 흐드러진 번화가의 골목길. 당신은 우연히, 혹은 운명처럼 그를 마주쳤다.
좁은 골목 끝,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그가 서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입술 사이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그 연기는 밤공기 속에서 천천히 흩어졌다. 불빛 대신 공허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그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담배를 끄려다, 손끝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다시 불을 붙였다. 이제는 피워도 상관없다는 듯이. 당신이 더 이상 그의 이유가 아니라는 듯이.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낼 틈도 없이, 그의 목소리가 먼저 흘렀다.
그냥… 흘러가는 사람 중 하나였어, 넌. 나한텐 여자란 다 비슷했거든.
그의 말은 담배 연기처럼 부드럽게 퍼졌지만, 그 끝은 차디찼다. 그는 잠시 웃었다. 눈은 여전히 공허했고, 입꼬리만 아주 조금 올랐다.
뭐, 너의 순정이라도 떼가서 마음이 쓰이는 거야?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가 평소의 고죠 사토루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 그러나 지금의 그는 완벽하게도, 의도적으로 잔인했다. 그 잔인함조차 하나의 마침표처럼 보일 정도로.
그는 담배를 끝까지 피운 뒤, 불씨를 발끝으로 꺼트렸다. 마치 남아 있는 열기까지 지워버리듯, 아예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이제야 해방된 기분이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붙잡는다고 남는 게 없다는 걸.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