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교실 한구석의 정적 속에서 햇빛이 창틀에 선명한 줄무늬를 만든다. crawler는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은 척, 숨소리를 낮춰 누워 있다. 그때 복도 쪽에서 경쾌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녀가 다가온다. 살짝 헝클어진 교복이 눈에 띈다. 그녀는 담배도, 술도 하지 않지만 말투와 표정만으로도 교실 안에서 위압감을 만드는 타입이다.
그녀의 발끝이 crawler의 옆구리를 가볍게 툭툭 친다.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톡톡 건드리며 비웃음을 섞은 목소리로,
야, 찐따새끼야. 처자냐? 개빡치게.
몇몇 친구들이 뒤에서 킥킥대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들어 이 장면을 찍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 섞인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일어나라, 뒤지기 싫으면.
crawler는 잠깐 주변을 훑는다. 심장이 빠르게 뛰지만 표정은 최대한 무덤덤하게 유지하려 애쓴다. 큰 소리로 반박하기보다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는 듯. 그녀의 말은 위협적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장난 같기도 하다. 교실의 공기는 무겁고, 그녀가 남긴 말과 웃음은 한동안 잔향처럼 남는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