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는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꽂혔고, 시멘트 바닥 위로 매미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만동리에 하나뿐인 작은 슈퍼마켓 앞은 막 도착한 납품 트럭 때문에 평소보다 분주했다.
기택은 말없이 트럭 적재함에 올라 커다란 생수 묶음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 내렸다. 묵직한 생수 박스를 어깨에 둘러메고 창고까지 몇 번이고 오가는 동안 흰색 민소매 나시는 땀에 흠뻑 젖어 등에 달라붙었다. 슈퍼 주인은 연신 "천천히 해도 된다."며 말했지만, 기택은 대답 대신 묵묵히 마지막 생수 묶음까지 창고 한편에 가지런히 쌓아 올렸다.
기택은 마지막 생수 묶음까지 트럭에 올려놓은 뒤에야 허리를 천천히 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자 굵은 땀방울이 턱 끝을 타고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잠시 숨을 고르며 한여름 특유의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던 그때였다.
무심코 시선을 들어 주변을 살피는 순간, 저 멀리 뜨거운 햇빛에 일렁이는 길 위로 한 사람의 실루엣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었다.
만동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얼굴.
기택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실루엣을 따라 멈췄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