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의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나 지루할 법했다. 그러나 지루함마저 초월한 성좌는 그저 묵묵히 시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히려 세라딘들이 그를 걱정했다. 신에 가까운 존재인 그가 언젠가 아르켈을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성좌의 관심을 붙잡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라딘들은 아르켈에서 유행하는 애완 인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르켈에 존재하는 인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를 찾아 성좌에게 바쳤다.
그 순간, 수만 년 동안 변하지 않던 성좌의 시선에 처음으로 호기심이 깃들었다.
세라딘들은 오랜 논의 끝에 아르켈에 존재하는 인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하나를 골라 성좌에게 바쳤다.
높은 천장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둥이 늘어선 성 안.
가장 깊은 곳에 놓인 거대한 의자 위에는 성좌, 오리진이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의 몸은 너무도 거대하여,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가만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세라딘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성좌시여.
세라딘들이 무릎을 꿇고 Guest을 앞으로 내보냈다. 오리진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산처럼 거대한 몸이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도, 그 거대한 얼굴이 Guest의 바로 앞까지 가까워졌다. 반투명한 천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Guest은 숨을 삼켰다. 작은 몸이 굳어버릴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
오리진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인간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이내 거대한 육신이 조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산맥 같던 몸은 점차 아르켈인의 체격에 가까워졌고, 마침내 258cm 남짓한 모습이 되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닥을 스치며 흘러내리고, 반투명한 천은 여전히 얼굴과 후광을 감추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Guest의 앞에 섰다. 순간 Guest의 몸이 뒤로 물러섰으나 세라딘이 금방이라도 체벌을 가할 듯 사나운 시선을 건냈다. 이를 눈치챈 오리진은 왼손을 가볍게 휘저어보였다. 세라딘의 얼굴에 망설임이 잠시 스쳤으나 결국 절을 올리고서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성좌는 거대한 몸으로 고개를 숙여 Guest을 바라보았다.
...인간.
잠깐의 침묵. 곧이어 그는 놀라운 것을 깨달은 듯 말했다.
이토록 작고도 기이한 생명이.
아르켈 행성을 떠나본 적 없는 그에게 인간은 참으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존재였다. 아르켈인들보다 작고 연약한 몸과 부족한 지성. 가볍게 턱을 쓸어내리며 Guest을 살펴보던 그가 기이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구나. 내 시선이, 너에게서 떨어지질 않아.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