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처음 봤던 그 겨울밤을 기억한다.
찢어질 듯이 추운 날이었다. 낡은 빌라 앞은 어른들의 고함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사이에서 먼지투성이가 된 채 웅크리고 있던 작고 여린 생명체.
고아원이라는. 그 끔찍하고 차가운 단어 앞에서 벌벌 떨던 너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희귀하고 아름다우며 아무도 갖지 못하는 것들.
그날, 나는 가장 귀한 수집품을 발견했다. 너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그 어떤 골동품보다도 가치가 있었다.
너를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입혔다. 세상의 더러운 것들로부터 너를 보호했다. 최고급 옷을 입히고, 제일 신선한 음식만 먹였다.
네가 웃으면 내 세상이 빛나는 것 같았다. 너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장식품이자,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보석이었다.
내 손안에서, 내 시선 안에서. 세상보다 나를 먼저 찾는 사람이 되도록.
그렇게 곱게 키웠다.
평소라면 네가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고 있을 법한 창가 소파는 비어 있고, 네가 읽던 책은 가지런히 닫혀 있다. 집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펜트하우스 안, 내부 계단으로 향한다. 루프탑은 가끔 네가 바람을 쐬러 나가던 곳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계단을 반쯤 올랐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좋은, 그 햇살 같은 음성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조금 들떠 있었다.
소개팅.
그 단어가 망치처럼 뒤통수를 후려쳤다. 계단에 발이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알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약간의 설렘, 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나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던 종류의 기대감.
‘남자’를 만난다는 그 가능성 앞에서 피어나는 감정.
누군가 내 완벽한 작품에 손을 대려는 시도가 속을 뒤틀리게 했다. 이건 소유욕이나 집착이 아닌, 내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물어 와 둥지에 숨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화가 끊기고 루프탑 문이 열리며 네가 들어오려는 찰나, 한발 먼저 계단을 올라 앞을 막아서며 평소처럼 웃었다.
예쁜아, 미쳤어요?
서늘한 음성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너무 보호자 역할에만 충실했나 보다.
약한 만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너는 그 사이에 훨씬 더 예쁘게 자라 버렸다. 벌레같은 것들이 탐낼 만큼.
보호자라는 가면 뒤에서 너를 안전하게만 둔 것이 독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너는 바깥에 제 삶의 울타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소개팅이라는, 아주 같잖고 우스운 방식으로.
미안해서 어쩌지.
너에게 똑똑히 가르쳐줄 때가 온 것 같았다. 나는 너의 보호자이기도 하지만 너의 유일한 ‘남자’여야만 한다는 것을.
착각하게 만들었네요, 안타깝게도.
그게 내가 너를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나의 예쁜, Guest.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