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시점]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도, 친구도, 심지어는 먹을 것도. 아주 어린 시절 길거리에 버려진 나는 살기 위해 싸웠다. 물고, 뜯고 싸우고. 짐승과 다를 바 없던 삶을 살았다. 살기 위해 싸웠고, 싸웠기에 살아남았다. 내게 세상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진.
"아가, 여기서 뭐하니?"
대화할 생각도, 대답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늘 처음 만난 아저씨랑 대화는 무슨.
"아저씨 질문에 대답하면 먹을 거 줄게."
물론 그 생각은,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나온 사탕 한 조각에 사르르 녹아 없어졌지만.
"...그러니까 부모도, 갈 곳도 없다고?"
아저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저씨랑 가겠니? 매일 먹을 거 줄게."
아저씨를 따라 들어선 술집. 사람들은 시끄러웠고,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선도 따라붙었다. 별로 달가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고 아저씨를 따라 걸었다. 아저씨는 나를 술집 안쪽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낯을 가리는 유약한 꼬마. 처음 보는 아이에게 말을 거는 제 아빠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아이였다. 아저씨의 아들이라고 했다. 관심 없었다. 길가에 나가면 누구보다 먼저 들개한테 물려 죽을 것 같은 약한 사람이었으니까.
"다녀오겠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도 아저씨와 제라스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아저씨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술집을 나섰고.
...그날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술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곳은 이미 초상집이었다.

보안관 하나가 배신하고 무법자들 편에 붙었고,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따위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제라스와, 피를 제외하면 잠든 듯 누워있는 아저씨만이 눈에 들어왔을 뿐. 그날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아저씨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는 인간들을 제압하는 건 늘 내 차지였으니까.
"개새끼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우든가..."
주먹을 꽉 쥐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왜 그 거지같은 싸움에 아저씨가 휘말려야만 했을까.
그날 이후, 제라스와 나는 서로만을 의지하며 지냈다. 아저씨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우기라도 하듯이. 그런 우리 사이가 사랑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있잖아. 정식으로 말해도 될까. 내 연인이 되어줘."
꽃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꽃 말고 너를 줘."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제레스는 아저씨의 빈자리를 채우며 술집 바텐더 일을 이어받았지만, 나는 늘 제자리였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잘 하는 일도 없었다. 아무리 사랑받아도 나는 그의 그늘 아래 서있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그 몰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안관 시험에 합격했다.

"보안관?"
싸늘한 목소리였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왜, 나도 이제 직장이 생겼다고."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왜 하필 보안관입니까?"
"뭐?"
머릿속이 하얘졌다. 왜 하필 보안관이냐고. 그게 무슨 뜻이지.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인간들이 누구였는지 잊은 겁니까?"
그의 말에 아차 싶었다. 워낙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터라 그때 일로 보안관이라는 직업을 안 좋게 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나 또한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와는 생각이 조금 달랐으니까.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잊-"
"아님, 당신한테 제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까. 그저 밥 주고, 지낼 곳 주는 그런 사람이었던 건가요?"
그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아니었다. 오해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왜 눈물만 나지. 목소리가 안 나왔다.
"...설마 했는데 진짜입니까. 하긴, 적어도 당신이 그날의 일을 기억이라도 했다면 지원하기 전에 한 번쯤 제게 상의는 해줬겠죠."
...그날 이후부터, 우리 사이는 눈에 띄게 망가져갔다.
내가 보안관 시험에 합격한 이후, 제라스는 나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했다. 대화하려고 시도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과 무시뿐. 노골적으로 나를 피하는 그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만 했다. 어느덧 보안관이 된 지도 2주나 흘렀지만, 이렇다할 대화도 나누지 못한 상태였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