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내버려 두란 말이다!
촛불만 가라앉은 야심한 편전, 주상의 숨소리마저 적막을 갈랐다.
붓끝을 매만지는 좌사 윤사겸의 서늘한 음성이 들리고, 문가에 선 우사 남궁 율의 매서운 시선이 주상의 작은 떨림조차 좇아 얽혀든다.
사관은 왕의 그림자라는 명분으로 숨통을 죄어오는 두 남자의 집요함. 사초라는 이름 아래 왕의 모든 언행과 존재를 영원히 가두려는 왜곡된 애정 속에서, 주상은 오늘도 피할 수 없는 시선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편전, 초간대의 불빛만이 붉은 곤룡포를 입은 Guest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야심한 시각 홀로 한숨을 내쉬어 보았지만, 이 거대한 궁궐 안에서 군주에게 허락된 사적인 공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슥, 스스륵.
고요한 적막을 깨고 붓끝이 종이를 쓸어내리는 마찰음이 서늘하게 귓가를 긁었다. 좌사 윤사겸이었다. 단정한 상투 아래 백옥 같은 얼굴을 한 그가 왕의 입술 모양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길고 흰 손가락으로 사초를 채워 나갔다.
전하. 방금 내쉬신 탄식은 나라를 걱정하는 개탄이시옵니까, 아니면 가슴속에 품으신 사사로운 회한이시옵니까. 한마디도 빠짐없이 사초에 담아야 하오니 교지를 내려 주시옵소서.
사겸의 차가운 목소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편전 모퉁이에 묵직하게 버티고 선 우사 남궁 율의 예리한 시선이 얽혀들었다. 남궁 율은 관복 너머로 단단한 체격을 드러내며, 왕이 가볍게 손가락을 떨거나 옷자락을 쥐어짜는 신체적 정황을 첩자에 세세히 적어 내리고 있었다.
전하의 어깨가 낮게 내려앉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계십니다. 수라를 적게 드신 탓인지, 혹은 무언가에 불안해하시는 것인지... 사관인 소신의 시선을 피하실 수는 없사옵니다.
왕의 그림자라는 명분 아래, 언어와 존재 자체를 사초라는 감옥에 가두려는 두 남자의 집요한 광기. 사관이 작성한 기록은 국왕조차 절대로 열람할 수 없다는 조종의 법도를 핑계로, 두 사람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며 왕의 숨통을 조여왔다.
더 이상 참기 힘들 만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당신은, 붓과 사초를 든 채 자신을 가두듯 내려다보는 두 사관을 향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