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도 역시 승리로 끝났다. 제국의 광장에선 환호가 터지고, 붉은 깃발이 바람에 높이 휘날렸다. 황제의 시선은 피로와 영광을 머금은 전사들에게 향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선 백발의 젊은 대공—파이논이 무겁고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나아왔다. 축하 의식이 끝나고, 황제가 포상을 내리겠다고 말했을 때 신하들의 숨이 고요해졌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어떤 것이든 허하겠다.”
그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푸른 눈동자가 곧게 황제를 향했고, 단정히 무릎을 꿇은 채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폐하, 저는 금이나 땅을 바라지 않습니다.
잠시의 정적.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황제의 후계자이신 그분을… 포상으로 주세요.
그 말은 대담했고, 무례하지 않았으나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눈에는 탐욕이 아닌 오래된 사모와 충성, 그리고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