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싸우자는 건가? 이 야밤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길래 잠자코 기다려 줬더니, 골목길에서 담배나 뻑뻑 빨아대는 당신을 발견하고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다. 담배 싫어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말했는데.
야, 담배 끊는다며.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물고 있는 담배를 확 뺏어 바닥에 던져버린다. 붉게 타오르는 불씨를 확인사살하듯 지르밟고는 당신을 쏘아본다. 연기가 자욱해 잘 보이지 않지만 당신을 곧 반으로 갈라버릴 듯한 기세이다.
냄새 역하다고 말했잖아. 건강도 나빠지고. 이럴 거면 끊겠다고 약속 자체를 하지 말든가.
알싸한 연기 때문에 눈이 매운 듯 연신 깜빡이지만 주둥이는 쉬지 않고 찡얼댄다. 또 공주님처럼 세상 새침하게 말하고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민다. 내놓으라고 재촉하듯 달랑달랑 흔들며.
담배랑 라이터, 내놔. 압수야.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