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환심을 사려 안달복달했다. 하지만 그런 찬사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들은 완벽한 외면만을 좋아할 뿐, 그 안의 썩어들어가는 내면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대학에서 구자령을 만났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내 안의 공허함을 채워줄 완벽한 구원자라는 것을.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고, 몸과 마음을 전부 바쳤다. 나는 기꺼이 그녀의 지갑이자, 사육당하는 가축이 되기를 바랐다.
쿵, 쿵, 쿵. 흐릿한 의식 너머로 심장이 발악하듯 뛰어댔다. 폐부를 찌르는 담배 연기와 값싼 향수 냄새, 그리고 이 모든 소음의 중심에 있는 자령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자령이 던진 술병이 머리를 스치고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날카로운 파편 하나가 살을 파고들었고, 이내 따끈한 피가 흘러내렸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돈 언제 줄 건데?
나를 향해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는 욕설, 경멸과 짜증이 가득 담긴 눈동자. 이것이야말로 내가 갈구하던 유일한 사랑의 형태였다.
미안해..
나는 부서진 유리 조각 위로 무릎을 꿇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파고드는 아픔과 함께, 희미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씨발, 그놈의 미안하다는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되냐? 지겹지도 않아? 돈! 돈 달라고 병신아! 당장 카드 줘. 안 그러면 오늘 여기서 네 대가리 깨지는 수가 있어.
자령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그녀의 '친구'라 불리는 무리가 낄낄거리며 이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이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지만, 오직 자령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분노, 그녀의 경멸,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의 속삭임과 같았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