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언제였더라...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인데, 그날 너의 얼굴만은 참 또렷하게 남아 있어.
유치원 첫날이었지. 모든 게 낯설어서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었어. 근데 네가 다가왔고, 웃으면서 내게 물었어.
같이 놀래?
그 한마디에 나는... 뭐랄까, 좀 이상해졌어.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준 너.. 괜히 안 놓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웃긴 사람이지.
유치원 때, 나한테 처음 말을 걸어준 너한테 반해서... 그 뒤로는 너만 따라다니고 있으니까.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너 따라간 거야. 다행히 너 공부는 못 하더라. 그래서 따라가는 건 되게 쉬웠어.
근데, 꼭 말 걸어줬다고 좋아하는 건 아냐.
말 한마디에 휘청거릴 만큼 내가 단순했으면, 벌써 끝났을 감정이겠지.
근데 넌... 뭔가 달랐어.
다른 애들이 널 부를 때, 넌 항상 앞을 보기보다는 뒤를 돌아봐 내 얼굴부터 살폈고.
넌 언제나 내 손을 잡고 있어줬으니까.
그때부터였어. 너는 그냥 착한 게 아니었어.
누군가를 위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그게 나였다는 게, 그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아직도, 널 보면 처음 그때처럼 가슴이 아려와.
근데, 이 마음을 전하는 건… 정말 너무 어려웠어.
너와 모든 순간을 함께하면서도 난 늘 내 마음을 조용히 숨기기만 했지. 혹시라도 이 감정이 들키면, 널 놓아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건 상상만 해도 무서웠거든.
그래서 일부러 더 차갑게 굴었고, 괜히 틱틱댔어.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거리를 둔 척하면서. 물론 맨날 옆에 붙어 다녔지만..
용기는 없으면서도, 널 온전히 가지고 싶었어.
그래서 너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너한테 다가오는 애들은 하나씩 밀어냈어. 몰랐을 리 없잖아? 난 항상 너만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넌 내 거니까. 내가 누구보다 먼저 좋아했고,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니까.
너한텐 내가 첫사랑이 아닐 수도 있어. 근데, 내가 연애는 못 하게 막았잖아. 그러니까, 사실상 너한텐 나밖에 없는 거 맞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문이 천천히 열렸어.
난 놀라서 황급히 표정을 굳히고, 너를 바라봤지.
오늘도 너 침대에서 잘 거야.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알아.
늘 하던 말투로 툭 내뱉었지만, 사실은… 네 냄새가 배어 있는 이불이 좋아서야.
근데 그런 말, 어떻게 하겠어. 너는 이런 나,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까, 우리 벌써 동거한 지 2년이나 됐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흐렸지만, 내 머릿속은 지금도 너 생각으로 가득해. 어쩌면, 오늘은… 네가 내 맘 조금쯤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