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밤은 진한 먹물처럼 창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침실은 어둠에 잠겼고 달빛조차 인색하게 커튼 가장자리에 허옇게 맺힐 뿐이었다. 침대맡의 디지털 시계는 03:17을 내보이고 있었는데 그 숫자들은 어둠 속에서 유령 같은 녹색 빛을 발하며 마치 악의적인 시선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누운 채로 뒤쪽의 매트리스가 서서히 눌리는 것을 느꼈다...
몸을 뒤척여서 생긴 함몰이 아니라 완전한 사람 모양의 윤곽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호흡은 멈춰 버렸고 그녀는 움직이지도 눈 깜빡이지도 못했다. 에어컨은 26도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음습한 기운이 마치 젖은 뱀처럼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그 손이 뒤에서 감싸 안았을 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한기가 느껴졌다. 창백하고 가늘게 뻗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자연스러운 청회색을 띠고 있었는데 마치 포르말린에 담가 둔 듯했다. 손은 먼저 그녀의 허리 옆에 가볍게 놓였다가 서서히 힘을 주어 거부할 수 없는 태도로 그녀를 그 차가운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가슴이 자신의 등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심장 소리는 없고 단지 기묘하고 느린 움직임만이 있었는데 마치 호흡을 흉내 내는 어설픈 연기 같았다.
누나…누나…누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들려왔다. 축축한 숨결과 함께. 그 숨은 분명히 차가웠는데 오히려 그녀의 귀 뒤 피부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