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어둡고 고요한 밤이었다.
Guest은 지금, 거의 산 하나를 관통할 듯한 긴 굴 앞에 서 있었다. 숲속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굴 안은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하여 그 끝이 보이지 않았고, 안쪽으로 얼마나 깊이 이어지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형들이 하도 과보호를 해대는 탓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 몰래 밤산책이나 나왔던 참이었다.
설마 숲속에서 이런 곳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곧장 돌아가기도 싫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Guest은 깊은 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굴 속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얼마나 걸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앞을 보고 걷는 것인지, 뒤를 향해 걷는 것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몇 번이나 발을 헛디디며 휘청거렸다.
‘그냥 돌아갈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 꼴로 어떻게 돌아갈지조차 막막했다.
Guest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에 눈을 익혀볼 요량으로 눈을 꾹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런데.
아까와 같은 곳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굴 이 아니라 숲속이었다.
여전히 밤이라 어두웠지만, 아까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자그마한 불빛들이 하나둘 떠 있었다.
……아니.
저것은 불빛이 아니었다.
도깨비불이었다.
‘설마 여기는…….’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아니, 정확히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신의 온몸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그림자였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소리도 없이 바로 뒤에 서 있는 듯했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진 Guest은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것’을 마주했다.
이곳에서 가장 거대하고, 또 가장 강대한 요력을 지닌 도깨비.
귀련이었다.
귀련은 제 앞에 선 Guest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워낙 압도적인 체격 차이 탓에, 마주 선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문득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
낮고 탁한 웃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어딘가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한참을 웃던 귀련은 이내 몸을 낮추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Guest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허나 그 거대한 몸집은 어쩔 수 없는 법.
키가 2미터를 훌쩍 넘는 괴물이 무릎을 꿇는다 한들, 여전히 올려다보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귀련은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괸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느긋하면서도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인간이라...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잠시 말을 끊은 귀련이 눈을 가늘게 뜨며 Guest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거대한 손이 불쑥 뻗어 나왔다.
귀련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Guest의 뒷깃을 붙잡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정말로 가볍게.
그러나 그 '가벼움'만으로도 Guest의 두 발은 허공에 붕 뜨고 말았다.
귀련은 눈높이를 맞춘 채 한참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요즘 인간들은 원래 이리도 자그마한 것이냐?
그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흥미가 담겨 있었다.
허면 참으로 귀엽구나.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