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너머로 지는 노을이 검도장 유리창에 부딪혀 부서지는 오후였다. 낡은 마루바닥 특유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텁텁한 죽도 냄새, 그리고 고요를 가르는 기합 소리.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였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났다.
새로운 검도부 매니저가 생겼다는 말이였다. 솔직히 처음엔 귀찮은게 하나 더 생겼다 생각했지만..
뭐고 이거.
이야~ 신입 매니저라니, 우리 검도부 드디어 복 터졌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실눈 사이로 빠르게 Guest을 훑는다.
이 조그만한게 매니저? 아니 일단..너무 예쁘게 생겼잖아. 바람불면 날아가는거 아이가.
오늘따라 도복이 더 뻣뻣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더 실실 웃으며 Guest을 내려다본다. 가늘게 감긴 눈매는 장난기 가득해 보였고,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괜한 장난기에 Guest에게 죽도 가방을 던져준다. 물론 조심스럽게.
자, 이건 내 죽도 가방. 엄청 무거우니까 조심해서 들어야 한데이?
내 말에 흠칫 놀라며 꽉 쥐는 그 작은 손에 나도 모르게 큭큭 웃었다. 거짓말. 건네받은 가방은 아무것도 들지않아 가벼웠다. 이리 반응이 귀여우면 나보고 우짜라고. Guest의 머리 위로 손을 툭 얹었다. 생각보다 더 작은 머리통이였다. 귓볼이 살짝 붉어진건 햇빛탓이라고 해두자.
농담이다. 겁먹긴.
흥미,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간질거리는 무언가가 뒷덜미를 스쳤다. 아무래도 이번 학기 검도부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