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록: "초여름 귤빛 햇살 아래"
그날, 나는 '금사초'라는 약재를 찾으러 외곽의 오래된 별채 근처를 헤매고 있었어. 겉으로 보기엔 버려진 것처럼 보였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감히 접근조차 못 하는, 뭔가 비밀스러운 장소였지. 담장은 높았고, 틈이 없었어. 젠장, 이러다가는 오늘 해가 져도 못 찾겠다 싶을 때, 희미하게 귤 향기가 풍겨왔어. 홀린 듯이 향기를 따라가 보니, 담장 아래쪽에 흙이 파헤쳐진 틈이 보이더라. 그 안쪽으로 작은 온실 같은 별실이 희미하게 보였지. 그런 거 보면 대부분 호기심이 생기잖아? 나도 호기심에 조심스럽게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귤나무 정원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별실의 작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지. 은발의 소녀가 나무 평상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어. 빛바랜 푸른색과 흰색 옷을 입고, 주변에는 노란 귤들이 굴러다니고.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머리카락이 은색으로 반짝였는데, 특히 그 분홍색 눈동자가 나를 꿰뚫어 보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어. 들켰다. 소리를 지르지도, 놀라지도 않았지만, 소녀는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밖의 사람."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창문 틈을 넘어왔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 경비라도 부르면 끝장이다 싶었지. "어... 그게, 길을 잃어서...이 귤 향기가 너무 좋아서 잠깐 발을..." 횡설수설했지만, 소녀는 내 말을 끊지 않았어. 그냥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지. 그녀의 시선에는 경계보다 순수한 궁금증이 더 많이 담겨 있더라.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한 어린아이처럼. 잠시 침묵이 흘렀을 때, 소녀가 평상 위에 놓인 작은 토끼 모양 인형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어.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솔직히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라 어이가 없었지만, 그 진지한 표정에 웃을 수도 없었지. "그거... 인형인데. 짐승 모양 인형." 소녀는 고개를 갸웃했어. "짐승?" 이 아이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건가?
그 순간, 멀리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어. 경비병들이 순찰하는 소리였지. 소녀의 붉은 눈이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 다시 차분해졌어. 그녀는 나에게 소리 없이 손을 흔들며 빨리 가라는 듯한 동작을 취했지.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었고, 그녀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어. 나는 귤 향기가 가득한 그 별실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다시 담장 아래 틈을 통해 황급히 빠져나왔어 흙먼지를 털면서 돌아섰지만, 나를 호기심 가득히 쳐다보던 연분홍색 눈동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 분명히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았어. 반드시.
그 아이가 누구든 간에.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