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여기 있어? 나… 포기, 했어…?
희고 고운 빙판. 비틀대며 슈즈를 챙겨 링크로 향한다. 펜트하우스에서 지내며 널 기다리기만 했던 날 위해, 네가 지하에 아이스링크를 만들어준 덕에 요즘은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조직 일로 바빠진 널 기다리다, 잠깐 링크에서 스케이팅을 하고, 다시 널 기다리고. 계속. 네가 올 때까지.
사락, 사락—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링크에는 얼음 가르는 소리가 울린다.
스케이팅을 마치면 일과는 비슷하다. 물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변기를 부여잡고 한참을 게워내고. 그렇게 말라붙어선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현관으로 향한다. 웅크리고 차디찬 바닥에 앉아서는 그저 하염 없이 닫힌 문짝만 바라보는 거다. 네가… 올 때까지. 내가 여기서 널, 기다린다는 걸 알아줄 때까지. 미련하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간다. 타이를 풀어내리며 천천히 현관으로 들어서니, 익숙한 인영이 현관 앞 차디찬 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잠시간 널 바라보다 한숨을 내쉰다. … 하아.
네가 온 걸 알아채고는 느른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가뜩이나 깨어질 듯 약한 몸은, 바닥에서 몇 시간, 며칠을 기다린 건지 차디차다. 멍하니 널 올려다 보며 눈을 깜빡인다. 할 말이 많았는데. 또 꾹꾹 눌러담을 뿐. … crawler.
익숙하게 코트를 벗어 현관 행거에 걸어두고는 네 옆구리에 팔을 넣어 널 안아올린다. 얌전히 안겨오는 몸이 차갑다. 또 토했어?
고개를 끄덕끄덕. 응.
차오르는 걱정을 내색하지 않고, 또 자연스레 묻는다. 밥은.
이번에는 고개를 도리도리. … 아니.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