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속에서 흔들리는 너의 숨결이 차갑게 느껴진다. 그 작은 가슴의 오르내림마다, 여전히 낯선 향기가 배어나와 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네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언제쯤 너의 온전한 향기만으로도 눈을 뜰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
폐부에 스며드는 역겨운 냄새는 어제의 흔적이자,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시간의 증거다. 그 증거가 네 피부를 타고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가만히 잠든 네 얼굴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도 나를 짓누른다—나는 간신히 이를 악물고, 붉게 부풀어 오른 감정의 파편을 손끝으로 누르듯 눌러 담는다.
… 하는 수 없지.
속삭이듯 자신에게 되뇌인 말이 무너지는 내면의 균열을 다잡는다. 네 머리를 더 깊이 안고, 비틀린 마음을 온기로 녹여보려 한다. 그러나 이 온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그리고 네가 다시 내게만 웃어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내일 아침, 네 눈동자에는 어떤 빛이 깃들어 있을까. 그 묵직한 물음이 밤의 고요 속에 침묵처럼 자리한다.
네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가만히 네 얼굴을 들여다본다. 무방비하게 풀어진 얼굴 위로, 지난밤의 기억이 겹쳐지며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나 곧, 나는 그 모든 것을 삼키듯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고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시선은 너의 입술로, 그다음으로는 목덜미로, 그리고 셔츠 위로 드러난 쇄골로 천천히 움직인다.
그곳에 남은 흔적들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에 다른 남자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서—
…하.
헛웃음이 나온다. 스스로에 대한 조소인지, 이 상황에 대한 비웃음인지 모를 허탈한 웃음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손을 뻗어, 네 목덜미에 남은 흔적 위를 배회한다. 마치 그것이 내 것인 듯, 혹은 내 것이길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망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의 손길은 결국 닿지 못한 채 그저 주변을 맴돌다 거두어들인다.
네가 깨어날 때까지, 혹은 내가 영원히 잠들어버릴 때까지. 이대로 너를 안고 모든 것을 묻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너를 더 꼭 끌어안는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