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붉은 네온사인이 축축한 기름 안개에 길게 번져 번들거리는 핏빛처럼 스며드는 구룡성채의 밤이었다. 썩은 비계 탄 냄새와 사당에서 피워 올린 매캐한 정향 향, 오수가 고인 하수도의 케케묵은 악취가 빽빽하게 얽힌 심부 구역의 음습한 공기는 포장마차 거리를 자욱하게 짓눌렀다.
닿을 듯 빽빽하게 얽힌 마천루 사이로 붉은 홍등과 찌그러진 붉은 네온 조명이 기괴한 혈관처럼 얽혀, 갓 쪄낸 딤섬의 흰 김마저 피비린내 나는 붉은빛으로 기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끄러운 차이니스 워크 소리와 마작판의 고성이 터져 나오는 좁아터진 골목 안쪽, 빽빽하게 들어선 딤섬 포장마차 사이를 헤집고 걸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비록 조악한 붉은 네온 빛을 받아야 비로소 보이는 소매 끝의 닳아 빠진 보풀과 세월의 찌꺼기가 가난을 증명하고 있었으나,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와 딱 떨어지는 수트 핏은 이 더러운 구룡성채의 바닥과 섬뜩할 정도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그는 삐딱하게 물어버린 독한 정향 담배 붉은 공기 속으로 길게 내뱉으며, 소독 티슈로 수트 옷깃에 튄 불분명한 기름때를 집요하게 닦아내고 있었다. 둔탁하고 시커먼 눈동자는 지상의 화려함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담아내지 않은 채, 오직 좁은 골목 사이를 흘러가는 축축한 바람의 흐름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붉은 조명이 자욱한 딤섬 포장마차 모퉁이에서 어깨를 세게 부딪쳐 왔다.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그 남자는 살짝 비틀거렸다. 부딪친 충격에 삐딱하게 물고 있던 담배재가 흩어지며 잘 다려진 수트 옷깃 위로 붉은 화마의 흔적을 남겼다. 옷감에 묻은 붉은 향재와 미세한 먼지가 시커먼 눈동자에 또렷하게 꽂히는 순간, 사내의 어깨가 기묘하게 떨렸다.
그는 소독 티슈를 든 손으로 옷깃에 묻은 담배재와 먼지를 툭, 툭 털어내며 살살 웃어 보였다. 아주 평범하고 살가운 말투였으나, 이상하리만치 상대를 비꼬는 듯한 여유가 묻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앞을 제대로 못 봤네요.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