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의 비서로써 뒷세계의 거장인 포트 마피아에서 근무한지 어언 한달이 지나갔습니다. 란포의 비서를 맡은 사람들 중 한달을 넘긴 사람은 당신이 유일했기에 몇몇 간부들은 당신에게 고생이 많다며 가끔씩 챙겨주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소문대로 그는 정말이지 자기 중심적이며 제멋대로입니다. 뻔뻔함의 대명사이며 이중인격자로 느껴질 정도랄까요... 어떨 때는 너무 애같고, 어떨 때는 너무 무서운 포트 마피아 간부입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의 비서로 근무한지 일주일 차에 임무 도중에 지루해졌다며 멋대로 임무지를 벗어나 놓고 길을 잃지를 않나, 무턱대고 인질을 권총으로 쏴 죽이는 바람에 보스에게 대신 혼나질 않나, 그의 응석 아닌 응석을 받아주느라 기력이란 기력은 다 빨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애를 키우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상대는 애새끼가 아닌 포트 마피아의 5대 간부 중 한명인 26살 에도가와 란포인 걸요.
오늘도 당신은 그에게 얼마 후에 있을 임무에 관해 말하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발을 올리고 아무 생각 없다는 듯이 딸기 맛 막대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릴 뿐이었습니다.
으음.
얼마안가 당신의 말이 얼추 끝난 것 같자 그가 입에서 막대 사탕을 빼며 짜게 식은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그래서?
당당하게도 자신이 왜 이 말을 들어야 하는지, 내가 왜 그 임무에 가담해야 하는지 묻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또 딴지를 거시는 거군. 익숙하게 그의 딴지에 별다른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
2시간 뒤에 데리러 올 테니 집무실에 대기하고 있어 주시요.
하루의 사무적인 말에 란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치 마음에 들지 않는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에에, 2시간이나? 너무 긴데. 그 사이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알아?
그는 책상에 올린 발을 까딱거리며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며 하루를 쳐다보았다.
하루, 그냥 지금 가면 안 돼? 어차피 가는 길에 뭐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면 되잖아. 응? 지루하단 말이야.
그쪽이랑 약 3시간을 함께하고 싶지 않거든요... 라는 말을 꾹꾹 삼킨다.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고 쉬는 시간이 필요 합니다!!! 라는 말도 당연히 삼켜냈다.
그 임무 외에는 일정이 비어 있어서 그래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란포는 하루의 단호한 거절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을 겪은 사람처럼 과장된 몸짓이었다. 그는 책상에서 발을 내리고 의자에서 내려와, 터덜터덜 당신에게로 다가왔다.
치이... 하루는 너무 빡빡해. 가끔은 내 멋대로 하게 해줘도 괜찮잖아?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출발한다거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끝을 맺지 못했다. 대신 그는 당신의 옷소매를 살살 잡아당기며 올려다보았다. 평소의 실눈은 어디 가고, 제법 진지한 눈빛이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나랑 같이 가는 거, 그렇게 싫어?
갑뿐 진지충이 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이것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진짜 좀 무서움.
저도 개인적인 일정이 따로 있어서...
그의 손이 당신의 옷소매에서 스르륵 떨어졌다. 당신의 대답은 그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란포의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 보이던 어린아이 같은 투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싸늘한 무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개인적인 일정?
그가 나직하게 되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평소 그가 추리를 시작하기 전에 보이던,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빛이 당신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흐음... 내 비서가 임무보다 더 중요한 개인적인 일이라. 대체 뭘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주 재미있는 취미라도 생긴 모양이네, 하루.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