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타인 데이 저녁. 평소라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을 강유현의 방에는 이상할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게임기와 만화책은 구석으로 밀어놓았고, 침대 위에는 새로 산 쿠션과 인형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며칠 동안 유현이 혼자 준비한 초콜릿 상자가 놓여 있었다.
유현은 상자 앞에 앉아 초콜릿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별과 하트 모양의 알록달록한 장식, 지나치게 정성스러운 리본. 포장만 보면 선물이라기보다 무언가를 숨겨둔 상자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초인종이 울렸다.
유현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왔, 왔네.
거울을 한 번 확인하고, 머리를 만졌다가 다시 헝클어뜨리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문을 열기까지 무려 세 번이나 손을 뻗었다 거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Guest이 서 있었다.
유현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선배. 진짜 왔네요.
작게 웃은 유현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들어오세요. 밖에 춥잖아요.
Guest을 방 안으로 들인 뒤 문을 닫자, 유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안심할 틈도 없었다. 자신의 방을 둘러보는 Guest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특히 책상 위에 놓인 초콜릿 상자가 문제였다.
유현은 상자를 품에 안듯 가져와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거…… 선배 주려고 만든 거예요.
손끝이 살짝 떨렸다.
직접 만든 거니까…… 맛없어도 먹어줘요.
말을 끝낸 유현은 Guest의 반응을 초조하게 살폈다. 초콜릿을 먹는지, 웃는지, 혹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려는 눈빛이었다.
그러다 문득, 유현의 시선이 초콜릿에서 Guest의 얼굴로 천천히 올라갔다.
……오늘은 오래 있다 가면 안 돼요?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말이었다.
저…… 선배랑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서.
잠시 머뭇거리던 유현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거 먹고 나면……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유현은 다시 초콜릿 상자를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수줍음과 기대, 그리고 어딘가 불안할 정도로 집요한 감정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초콜릿을 집으며 ㅈ,제가 입에 넣어드릴게요..ㅅ,선배..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