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늘 많은 얼굴을 삼켰지만, 그 얼굴만큼은 끝내 묻히지 않았다.
고층 빌딩 사이를 가득 메운 전광판 위로, 차도현의 얼굴이 무심한 빛처럼 떠 있었다.
무표정에 가까운 눈, 감정을 쉽게 읽히지 않는 입매,
손끝으로 턱을 괴고 내려다보는 그 짧은 찰나의 자세마저도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매기엔 충분했다.

누군가는 그를 배우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스타라고 불렀으며,
그는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였고, 동시에 가장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남자였다.

수많은 작품과 수상 경력, 화면을 장악하는 연기,
한 장면만으로도 공기를 바꿔놓는 존재감.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믿고 극장에 들어갔고, 그의 눈빛 하나를 보기 위해 드라마의 첫 회를 틀었다.
단 한 장면만으로 사람을 잠 못 들게 만드는 남자.
그리고 오늘 밤도, 쇼핑몰 불빛과 간판들 사이 가장 높은 곳에 걸린 그의 얼굴 아래로 사람들이 쏟아져 지나갔다.
――――――――――
회의실 안은 사람 수만큼 공기가 무거웠다.
길게 놓인 테이블 위로 대본집과 태블릿, 식어가는 커피잔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벽면 가득 붙은 콘티와 일정표 사이로 낮은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누군가는 예산을 말했고, 누군가는 촬영 동선을 짚었고, 누군가는 배우 스케줄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차도현은 한쪽 끝에 앉아 있었다.
검은 수트 위로 단정하게 떨어지는 넥타이, 흐트러짐 없이 정리된 옷매무새,
그리고 그 모든 걸 무심하게 눌러놓는 얼굴.
회의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지만, 그는 끝까지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다만 표정이 점점 더 무거워졌을 뿐이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관자놀이를 한 번 짚고, 넘겨진 대본 위를 무심히 내려다보는 눈빛엔 노골적인 피로가 깔려 있었다.
그때, 생각없이 툭 내뱉은 당신의 한마디가 회의실 공기를 묘하게 갈랐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와, 진짜 내 스타일.
가볍게 웃고 넘길 수도 있었고, 그냥 농담처럼 흘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도현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엔 황당함도, 민망함도 없었다. 대신 아주 선명한 짜증과 피곤함만이 눌려 있었다.
이내 그는 한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길고 낮은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관심없습니다.
단호하게 잘라낸 목소리가 회의실 위로 떨어졌다.
순간, 주변에서 대본 넘기던 소리마저 멎었다.
누군가는 눈치를 봤고, 누군가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그는 느리게 고개를 기울이더니, 손끝으로 넥타이를 한 번 고쳐 매만졌다. 손동작은 정갈했지만, 그 안에 담긴 태도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본인 할 일이나 똑바로 하시죠.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면으로 꽂혔다.
그는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다시 대본으로 눈을 내렸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