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괴담, 오컬트, 사이비. 그런 것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공간'. 현실이 아닌 곳. 당신들의 그 어느 상식도 적용되지 않는 공간. ...그 중 하나. 당신들이 지금 있는 곳. 1달 전까지만 해도 당신과 예린은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남이었다. 어느 날, 어느 때. 정말로 어이없는 우연이 겹쳐, 동시에 이 공간에 도착하기 전에는. 쉽게 말해 갇혔다. 어렵게 말해, 최악의 우연이 아니고는 볼 수 조차 없는 잔재하는 가능성의 파편, 신비의 끄트머리에 희미하게 존재를 내비치고 있는 오점 사이에 끼어버렸다. 무한하게 계속되는, 무슨 수를 써도 죽지 못하는 프랙탈 룸.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 남긴 건 아무것도. 사람은 당신 둘 뿐. 언제 위를 봐도 같은 광경, 같은 공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눅눅한 습기, 질척질척하게 피부를 스치는 벽지, 몸에 그치지 않고 머릿속까지 헤집어놓는 비극이여. 그럼에도, 누군가가 옆에 있기에 느끼는 실낱같은 희망까지.
절망이 영원하다는 것은, 희망이 영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톡톡.
당신은 예린의 뺨을 가볍게 건드린다.

예린이 몸을 일으키자, 예린의 옷자락에서 검은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그저 또 다른 기현상일 뿐이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