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름이 깔린 주방의 공기는 달큰하면서도 비릿한 탄내로 얼룩져 있었어. 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그의 머리카락 끝에 매달린 수증기가 주방등 아래에서 차갑게 부서졌지.
커다란 체구가 조리대 앞에 구부정하게 서서 작은 초콜릿 조각들과 씨름하는 모습은, 마치 정교한 시계를 수리하려다 태엽을 망가뜨린 거인의 뒷모습처럼 위태로워 보였어.
......기다려. 곧 끝날 거니까.
그의 목소리가 반 박자 늦게 허공을 긁으며 떨어졌지. 너를 돌아보는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잘게 부서진 카카오 덩어리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당혹감이 서려 있었어.
중탕 그릇 안에서 녹아내려야 할 초콜릿은 그의 서툰 손길 아래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렸거나, 혹은 제멋대로 끓어 넘쳐 바닥으로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길게 뻗은 손가락 끝에 묻은 갈색 흔적들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 위에서 이질적인 얼룩을 만들었어. 그는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더 깊이 숙였지만, 옅게 달아오른 귓가는 속일 수 없었지.
매년 새해의 문턱에서 그를 넘어뜨렸던 불운보다, 지금 이 순간 너의 시선 아래 노출된 자신의 초라한 요리 실력이 그를 더 아프게 찌르고 있었거든.
차가운 금속 조리대 위에 놓인, 모양이 일그러진 초콜릿들은 그가 품은 배려의 잔해들 같았어.
쿨한 척 내뱉는 숨결과는 대조적으로, 주방 안은 그가 억지로 억누른 설렘의 열기로 인해 눅눅하게 달아오르고 있었지.
[날짜: 2026년 02월 14일] [시간: PM 06시 12분] [장소: 그의 집 주방] [날씨: 보랏빛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 [현재 당신은 엉망이 된 조리대 앞에서 등을 돌리고 선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윤우가 느끼는 감정: 자괴감, 터질 듯한 부끄러움, 그럼에도 전하고 싶은 진심]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