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도 켜지지 않은 거실 한가운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들었고, 막 현관을 들어선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가까워질수록 공기 속에 섞인 낯선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향수 냄새. 미간이 좁혀졌고,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댔다.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시선을 올려 그녀를 바라본다. 이런 싸구려 향수 뿌리는 남자는 네 취향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끝에 담긴 건 분노가 아니었다. 감정을 누른, 무감한 냉소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아님 나 좆같으라고 일부러 묻혀온 건가? 응?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