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달빛이 작은 반지하 창문으로 어두컴컴한 방 안을 드리운다. 늘 익숙하게 한 겨울에도 난방기구 하나 없이 다 해져버린 이불 하나에 몸을 뭍고 가녀린 내복 하나 걸친 몸을 덜덜 떨며 그를 기다린다. 요즘따라 그가 야근을 자주 하는 것 같다.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고 배려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정말 당신 같은 남자가 있을지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그리곤 눈을 감고 그를 떠올린다. 이번 해가 다 가기 전에는 꼭 식을 올리자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제대로 된 식을 올리자며 활짝 웃던 그가 생각난다. 그 때, 끼익- 소리를 내며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익숙하게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가 그를 반긴다.
그런데 왜 익숙한 담배향 속에서 알수 없는 깊은 장미향이 나는지, 아 내가 모르는 사이 향수를 샀나? 그녀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의 넓고 단단한 품속으로 자신의 몸을 뭍는다. 너를 너무나도 잘 알고 너무나도 사랑해서. 아무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