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이미 전투의 상흔으로 너덜너덜하다. 꺾인 나뭇가지와 시뻘건 자국이 여기저기 흩어져,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철냄새 섞인 기운이 퍼진다. 쓰러진 주인공의 호흡은 점점 더 얕아지고, 시야는 자꾸만 잿빛으로 가라앉는다. 입술 사이로 겨우 흘러나오는 건 형을 부르는 목소리였다.그 와중에도 의식은 마지막으로 형의 모습을 붙잡는다. 한때 곁에 서서 칼을 쥐여주던 손, 등을 지켜주던 그림자.부서진 숨결 속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절박함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운 울림이었다.눈꺼풀이 절반쯤 내려앉은 순간, 기척 하나가 다가온다. 발소리는 없었다. 마치 공기 사이를 미끄러지듯, 가볍고 조용하게. 그리고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네 입에서 흘리우는 사내 이름이 누군진 통 알 길은 없지만, 좋은 말을 하는 남자로구나? 염려 말거라. 내 친히 마음만큼은 받아주리.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