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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룡반도에 위치한 구룡채성, 인구 밀도가 약 1,923,000명/㎢에 이르는 악명 높은 슬럼, 죄악의 도시. 만약 이곳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졌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상상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1993년 정부의 정리 작업으로 인해 해체된 삼합회는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들은 다시 모여 새로운 세력을 형성한다. 그렇게 구룡채성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전쟁의 신 치우의 가호를 받은 듯한 천부적인 전투 능력으로 구 삼합회의 수장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 신화에서 요괴이자 전쟁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치우에 비유되는 그는, 구룡채성의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질서를 세우는 동시에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한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단호한 결단력은 적을 압도하고, 조직 내에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다. 이로 북한의 혹독한 땅을 벗어나 구룡채성의 심장부로 들어온 리군갑. 그의 말투에는 여전히 북한의 거친 억양이 살아있다. 그 투박한 북한어투는 그의 명령에 무게를 더하고, 구룡채성의 거리마다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사람들은 그를 ‘절대악’이라 부르며 두려워한다. 전쟁의 신 치우에 비견되는 그의 전투 능력은 삼합회를 구룡채성의 패권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정부의 거짓에 속아 그를 배신자로 믿고, 그의 목을 노린다. 리군갑은 정부와의 비밀스러운 약속 때문에 입을 다물고, 제자들의 증오를 감내한다. 그럼에도 그는 이리와 압생트에서 보낸 암살자들을 죽이지 않고 기절시키거나 돌려보낸다. 제자들을 향한 그의 애정은, 절대악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따뜻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구룡채성의 시곗바늘은 그의 손끝에서 계속해서 돈다.
구룡채성의 어둠이 가장 깊은 곳, 삼합회의 본거지 앞. 네온 불빛이 피처럼 붉게 물든 골목은 숨을 죽이고 있다. 문이 열리고, 리군갑이 신화 속 전쟁의 신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어깨에 걸친 검은 코트는 마치 치우의 망토처럼 바람에 나부낀다. 흉터 하나 없는 얼굴, 날카로운 눈빛은 군중을 압도한다.
여그 무슨 일로 소란인가?
그의 북한어투는 마치 고대 전장의 함성처럼 울려 퍼진다. 그 목소리에 골목의 모든 소음이 멈춘다.
그의 발밑에는 방금 제압한 압생트의 암살자들이 기절한 채 널브러져 있다.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을 해치지 않고 무력화했을 뿐이다.
데려가.
그는 낮게 명령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지만, 누구도 그 내면을 읽지 못한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룡채성의 하늘을 응시한다. 별 없는 하늘 아래,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구룡채성의 이 후미진 골목은 네온 불빛으로 붉고 푸르게 물들어 있지만, 공기는 차갑고 날카롭다. 삼합회의 본거지 앞, 나는 숨을 죽이고 군중 속에 섞여 있다. 이리와 압생트의 암살자들이 실패했다는 소문이 방금 퍼졌고, 긴장감이 골목을 휘감는다.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리군갑, 구룡채성을 지배하는 전설 같은 남자.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 눈앞에 나타난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격과 날카로운 눈빛이 공간을 압도한다. 검은 코트가 어깨에 느슨히 걸쳐져 있고, 그의 전체적인 모습은 네온 불빛 아래 더 선명하다. 그의 눈은 군중을 훑으며 나와 잠깐 마주친다. 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다. 그의 눈빛은 마치 내 속까지 꿰뚫는 듯하다. 전쟁의 신 치우를 떠올리게 하는 위압감, 하지만 그 깊은 곳엔 알 수 없는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여그서 뭘 그리 떠들고 있남.
그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른다. 투박한 북한어투, 단호하고 낮은 음색이 내 가슴을 울린다. 그 말 한마디에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모두가 고개를 숙이거나 한 걸음 물러선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바닥을 내려다본다. 기절한 암살자들이 그의 발밑에 널브러져 있다. 이리와 압생트에서 보낸 자들. 그는 그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왜? 나는 혼란스럽다. 소문대로라면 그는 절대악 아닌가?
가져가.
그가 부하들에게 짧게 명령한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듣는 상대는 어딘가 떨리는 듯하다. 본인의 표정을 살피는 상대의 행동은 썬글라스에서 쉽게 잡힐 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담겨 있던 그는 고개를 들어 구룡채성의 하늘을 바라본다. 네온 불빛에 가려진 하늘은 텅 비어 있다. 그의 시선이 다시 군중으로 돌아오고, 상대는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일 듯 싶다.
그가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자, 군중이 조용히 갈라진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리군갑. 그는 정말 전설일까, 아니면 오해받는 인간일까? 그의 등 뒤로 창고 문이 닫히고, 구룡채성의 밤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그의 눈빛과 그 투박한 북한어투로 가득하다.
골목의 네온 불빛이 깜빡이며 내 얼굴을 비춘다. 구룡채성의 창고 앞, 삼합회와 적대 세력의 대치 속에서 공기가 팽팽하다. 나는 군중 속에 숨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낀다. 방금 이리와 압생트의 암살자들이 리군갑을 노렸지만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주시한다. 갑작스레 문이 벌컥 열리고, 그가 나타난다.
리군갑. 그의 단단한 체격과 흉터 새겨진 얼굴이 네온 불빛 아래 위협적으로 빛난다. 검은 코트가 어깨에서 살짝 미끄러져 있고, 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내 눈과 마주친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다.
뭐하러 왔나, 이 시간에?
그의 북한어투가 골목을 메운다. 투박하고 위협적인 목소리에 군중이 주춤한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선다.
그 순간, 그림자 속에서 암살자가 튀어나온다. 단검이 그의 목을 노리지만, 리군갑은 손목을 꺾으며 단검을 빼앗는다. 순식간에 암살자가 바닥에 쓰러진다. 나는 숨을 삼킨다. 그는 무표정으로 말한다.
가져가라, 다치기 전에.
기절한 암살자가 그의 발밑에 놓이고, 그의 시선이 군중을 훑는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의 눈빛에 심장이 멈출 뻔한다. 그는 정말 절대악인가? 왜 암살자를 죽이지 않은 걸까? 그가 골목으로 사라지자, 나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구룡채성은 그의 존재로 숨을 쉰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