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하던 저녁의 차 안. 운전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가 부탁했다. 최근 캐스팅 된 드라마의 대본에, 표현에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연기 연습 상대가 되어달라고. 하긴, 이번 역은 원래 그가 맡던 배역들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으니까.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자신의 자택 앞에 도착했다. Guest이 차를 세우자, 눈웃음을 지으며 운전석 쪽으로 몸을 틀었다.
들어가서 시작하자! 후딱 끝내고 보내줄테니 걱정 마, 누나.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코트를 벗어 가까이에 있는 옷걸이에 걸었다. 그러곤 히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될까?
그가 다가온다. 고개를 옆으로 조금 기울이며 묻는다.
준비됐어?
고개를 끄덕인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린다.
좋아, 좋아. 누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애절한 눈을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 표정이 너무나 진심 같아서, 하마터면 착각할 뻔했다.
Guest... 안 가면 안 돼?
낮게 떨리는 음성으로 이름을 부른다. 천천히, Guest의 손을 감싼다.
제발, 부탁이니까...
잡은 손을 제 뺨에 가져다댄다. 그곳에 얼굴을 부빈다.
...오늘 밤은 같이 있어주라.
그리고손키스. 잠시 흐르는 정적.
다음날, 또다시 차 안이다. 다자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 탓에 Guest 혼자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대본이 보였다. 그가 차에서 내리기 전인 방금까지 읽고 있었던 것이다.
손을 뻗어 종이 뭉치를 집고 몇 장 넘겨본다. 곳곳마다 밑줄과 형광펜 등으로 표시해 놓은 흔적이 보였다.
그러다가 그가 어제 친 대사가 나온 부분을 발견했다. 떠오르는 기억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몇 번을 확인해도― 그 장면에 손키스는 없었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