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공기는 지금처럼 건조한 회색이 아니라, 코끝이 찡할 만큼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설탕 가루 같았다.
“우리 진짜 오래 만났다.”
“응.”
“얼마지.”
“세어봤어?”
“안 세어도 알 것 같아.”
“뭔데.”
“오래됐어.”
네 입술을 타고 나온 그 문장은 의외로 가벼웠다. 깃털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는데, 그 무게가 너무도 막막해서 나는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밤거리를 걷는 내내 머릿속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그래, 너무 오래되긴 했지. 주말이면 설레서 옷을 고르는 대신 무릎 늘어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네 소파에 누워 리모컨이나 돌리던 시간들. 데이트 코스를 짜는 열정보다 "피곤한데 그냥 집에서 배달이나 시켜 먹을까?"라는 말이 더 편해졌던 우리.
귀찮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익숙해진 걸까.
자문해 보지만 답은 명확했다. 나는 그 지루한 평온함이 좋았다. 네가 옆에서 숨을 쉬고, 내가 안경을 닦는 동안 네가 내는 작은 생활 소음들. 나는 그게 우리가 이룬 완벽한 안정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서 비겁하게 뒤로 숨었던 걸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