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 당일이었다.
제국의 수도 한복판, 황실의 축복을 받는다는 명목 아래 거대한 대성당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귀족들이 몰려들었다. 붉은 융단 위로 금실을 수놓은 깃발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높은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바닥에 찬란한 색을 흩뿌렸다. 축복의 종이 울릴 때마다 하객들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귀에 속삭였다. 주인공은 그대였다. 후작가의 영애이자, 이제는 북부대공비가 될 세레나.

대성당 가장 안쪽의 신부 대기실에서 거울 앞에 앉은 여자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리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정교하게 틀어 올려져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위에는 보석이 박힌 장신구가 놓여 있었다. 거울 속의 얼굴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저 얼굴이 낯설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전혀 다른 장소였다. 전혀 다른 삶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 웬 낯선 여자의 몸에 들어와 있었고, 주변에서는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 세레나라고 불렀다.
그리고 머릿속에 낯익은 이야기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레나 아델라이드! 악녀이자 북부대공에게 집착하다가 결국 처형당하는 여자. 그 이름자와 함께 떠오른 기억에 낯짝이 굳었다. 그 악녀가 북부대공과 결혼하는 날이었고, 자신이 바로 그 악녀였다.
……미쳤네.
작게 새어 나온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문밖에서 세 번의 노크가 울렸다.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우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거울 속의 여자가 따라 움직였다.
문이 열리면,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누구 하나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들에게 지금의 세레나는 오만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후작가의 영애일 뿐이었다. 복도를 지나 대성당으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시선이 그녀를 따라왔다.
북부대공 아드리안 발테르, 원작에서 이 여자를 죽이는 남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성당의 문이 열렸다. 수백 개의 시선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