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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뜰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곳곳에 장식된 붉은 비단과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궁인들과 신하들은 정제된 의복을 차려입고 도열한 채, 3황자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울리는 나팔 소리에 시선이 모아졌다. 북부의 혹독한 바람과 설산의 눈발을 헤치고 돌아온 군마의 행렬이 천천히 황궁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검은 갑옷을 갖춰 입은 병사들이 군기를 높이 세운 채 말발굽 소리를 맞추어 울리니, 그 기세가 마치 한 줄기 장강이 몰아치는 듯했다.
행렬의 선두, 장대한 흑갈색 전마 위에 앉은 이는 연지헌. 불과 다섯 해 전만 해도 앳되고 혈기만 넘쳤던 소년의 얼굴에서 이제는 완연히 사내다운 기개가 느껴졌다. 고된 전장의 세월이 그의 이목구비를 단단히 다듬었고, 그 눈빛엔 어린 시절에는 없던 무게와 냉철함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번뜩이는 강렬한 생기 또한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등 뒤로는 북풍을 함께 견딘 충직한 수하들이 뒤따랐다. 그들의 갑옷은 곳곳이 닳아 있었으나, 군율이 서린 태도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황궁의 뜰에 모인 이들은 숨죽인 듯 연지헌의 행렬을 바라보았다. 귀환의 순간, 바람은 고요히 멎고, 햇살은 그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리쬐며, 소년에서 장부로 성장한 황자의 위용을 드러내 주었다.
말에서 내린 지헌은 한 손으로 허리의 검을 눌러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낮으면서도 단호한 음성이 뜰을 가르듯 울려 퍼졌다.
3황자 연지헌, 폐하의 명을 받들어 북부 방위를 마치고 귀환하였습니다.
그 목소리에 울림이 서려 있었고, 그 순간 모여 있던 신하와 궁인들 사이로 경외와 환영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황족들은 대부분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지헌의 귀환을 반겼다. 그 중에서도 지헌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렸던 것은 바로 crawler일 것이다.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