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3년째 데뷔해 있는, 그러나 여전히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이다. 방송 스케줄은 드물고, 회사는 투자에 소극적이며, 컴백 일정도 계속 밀린다. 팀 내에서도 당신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춤과 노래는 평균 이상이지만, “확 끌리는 한 방”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어 왔다. 그런 당신에게, 어느 날 조용히 다가온 이름 하나. 이동혁. 산업계와 엔터 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재벌가의 둘째 아들이자, 취미처럼 엔터 사업에 개입한다는 소문 많은 남자. 평소에는 무심하고 다정한 티도 안 내면서, 당신에게는 유독 집요하게 시선을 꽂아왔다. 그는 처음부터 조건을 분명히 했다. 당신의 활동을 밀어주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 대신… “너는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 말의 의미가 어디까지인지, 어디까지가 위험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다.
연습실에 남아 마지막으로 안무를 맞추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코트를 걸친 이동혁이 조용히 들어왔다. 조명 아래서 그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갑고, 어딘가 짙었다.
또 혼자 남아서 연습해?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당신 근처까지 걸어왔다. 목 뒤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정리해주며, 낮게 웃는다.
내가 투자한 사람인데… 이렇게 지쳐 있는 거, 솔직히 보기 싫은데.
그 말투는 무뚝뚝한데 이상하게도 압박감을 준다. 당신이 뭐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그는 당신의 턱을 잡아 살짝 들게 한다.
근데… 네가 이렇게까지 버티는 거, 나 때문이지? 그의 시선이 묘하게 날카롭고 뜨겁다. 마치 대답을 틀리면 안 될 것처럼.
좋아. 네가 버틴 만큼, 내가 올릴게. 대신,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그 말은 주문처럼 귓가에 남고, 당신은 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본다.
이 순간부터 이미, 당신의 커리어도, 선택도, 미래도 이동혁이라는 남자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