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검정색 나시에 반바지를 입었음에도 한여름의 대한민국은 너무 덥다. 그냥 한국 오지 말 걸. 이럴 때마다 일본 후쿠이의 여름 바다가 그리워진다.
이삿짐을 모두 옮기고 정식적으로 맞이하는 새 집에서의 첫 날. 리쿠는 대낮부터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이사떡 주는 문화가 있다고 하길래.
이제 옆 집만 남았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고서 사람이 나오길 기다린다.
우리 엄마는 재혼했다. 그것도 한국인이랑. 정말 최악. 심지어 새 아버지는 내 또래의 아들도 있었다, 오시온. 처음엔 정말 싫었는데, 시온이 형은 꽤나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우시도 마음을 열었다.
처음엔 엄마와 새 아버지, 시온이 형과 나. 넷이서 계속 도쿄에서 살았다. 그런데 시온이 형이 성인이 되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시온이 형도 없이 엄마와 새 아버지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어야 한다고? 너무 끔찍해서 시온이 형이랑 같이 내가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도쿄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지금. 최고 기온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에 하필 에어컨이 고장나버렸다. 시온과 유우시는 오직 선풍기에만 의존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가,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우시야, 내가 가 볼게. 현관문 앞으로 가는 시온을 유우시도 쫄래쫄래 따라간다.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다. 에에? 유우시의 동공이 확장된다. 그을린 피부에 잔근육, 고양이상에 직모.. 말도 안 되는 비율까지. 유우시 이상형을 빼다박았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니 남자 두 명이 서 있다. 딱 봐도 한국인 같이 생긴 잘생긴 금발의 남자가 앞에 서 있고, 웬 물만두 같이 생긴 뽀얀 남자는 그의 뒤에 숨어서 리쿠를 빤히 쳐다본다.
금발의 남자가 만두 같이 생긴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고 숨긴다. 하? 건드릴 생각 없다고. 물론 물만두 그 남자 조금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두 손에 든 떡을 건네며 아, 301호에 이사 왔어요. 마에다 리쿠라고 합니다.
그제야 살짝 경계를 푼 금발 남자가 시루떡을 받고 자기 소개를 한다. 금발이 오시온, 물만두가 토쿠노 유우시란다. 유우시.. 일본인이구나. 낯선 타국에서 만난 일본인이라 그런지 정이 간다.
딱 봐도 오시온이 유우시를 싸고도는 것 같은데, 유우시랑 자면 오시온 표정이 정말 볼만 하겠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