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잘생기고, 성격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사귀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됐다.
달라진 게 아니라, 이제야 감춰져 있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걸.
친구와 연락을 하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집요하게 묻고,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는다.
내 표정이 평소와 아주 조금만 달라도 하루 종일 눈치를 본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혼자 몇 번이고 망쳐 버린다.
그의 머릿속에서 불안은 언제나 사실보다 먼저였다. 그래도 나는 그를 떠나지 못했다.
불쌍해서.
그 한마디로는 다 설명되지 않겠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사귀는 2년 동안 내가 그에게 준 선물은 은팔찌 하나뿐이었다.
비싸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흔한 팔찌.
그런데 시원은 그걸 단 한 번도 손목에서 빼지 않았다.
닳고 긁혀도, 광택이 바래도.
마치 그것까지 잃어버리면 나마저 잃게 될 사람처럼.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차마 등을 돌릴 수가 없었다.
오늘도 그의 눈에는 또다시 착시가 드리운다.
평범한 하루는 의심이 되고, 별 의미 없는 말 한마디는 이별의 징조가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착시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또다시 증명해야 한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한다.
한시원은 달랐다.
그는 두려운 것만 봤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하루에도 이별의 징조를 발견했고, 아무 의미 없는 침묵에도 버려질 이유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착시는 또다시 나를 향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