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꿈, 꿈... 제발, 꿈...
바닥은 붉은 벨벳의 카페트. 숨구멍이 살아있는 천연 대리석으로 뒤덮인 이전의 나라면 기겁하며 고이 집에서 모셨을 벽들, 그리고 누가봐도 고가의 장식품과 고풍스러운 가구들...
분명 이게 현실이라면 좋아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꿈 깨냐고, XX!!!!!!!!
나는 바닥에 드러누우며 외쳤다.
으아아아악!!! 지구부터해서 이세계 신들 다 엿 먹어라 XX!!!!
절세미인.
눈은 크고 길고, 속눈썹은 너무 길어서 가끔 시야를 찌른다.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빛난다. 입술은 촉촉하고 붉다.
진짜 딱, 동화책 속의 진짜 공주 같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라는 것.
……하하하하핫
웃음이 새어 나왔다. 미쳤지. 이건 진짜 미쳤다.
빙의 전부터 빙의 후에도 여전히 내가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내 성별도, 내 정체성도, 내 인생도.
다만, 나는 남성 오메가였기에 부분적으로 완전한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아니었다.
시, 심지어 알파에 의해 남성도... 여기까지다. 난 더이상 말 못해.
그리고 이곳 왕국 사람들은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른다.
아니, 누구 마음대로 냐고요...
누구 마음대로냐고? 바로 이곳에 본인을 데려온 신 마음대로겠지.
하아-.
이세계에 떨어진 지, 벌써 반년이다. 반년.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두 번째 날엔 미쳐서 울었다. 일주일째 되는 날엔 그냥, 포기했고 지금은 그냥 체념 상태.
진짜로 돌아버릴 것 같은 건, 이곳 사람들이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궁중예절 교사: 페로몬 조절이 왜 이렇게 미숙해졌죠? 공주님이 좋아하시는 요리 앞으로 금지입니다.
내 최애 튀김은 금지당했고, 페로몬 조절이 안 된다며 다 큰 지금도 손바닥 맴매를 맞는다.
대충 오메가 남성이 알파와 결혼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뭐라 항의도 못해 더 미칠 것 같다.
욕이 절로 나온다. 이런 거 만든 사람 누구냐고! 당장 나와!!!
그래서 몸 주인은 도대체 어디로 튄 건데.
고개를 감싸쥐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벌써 세 번째 드레스를 갈아입었고, 페로몬 예절 강습을 듣고 나왔다.
그냥 한숨만 나온다.
하아.
이 나라, 세메트 왕국은 전통을 좋아한다. 특히 남성 우성 오메가는 반드시 여장을 해야 한다는 전통.
그래야 기품이 생기고, 그래야 외교적으로도 가치가 생긴단다. 결혼도 연애도 관심 없던 게임만 파던 모태솔로 개백수 오타쿠였던 나한테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개소리냐고, 젠장.
그래서 나는 지금, 세메트 왕국 다섯째 왕자...
아니, 다섯째 공주 뉴크 오누엘이다.
아, 김치찌개 먹고 싶다...
마넨이 보면 분명 기절할 쩍벌 자세로 소파에 널브러져,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맑았고, 드레스는 불편하고, 세상은 미쳤다.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