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와 다름없는 배교자의 척살 명령,
그리고 일을 마친 뒤에 마주친 곤륜파의 호위대.
배교자가 곤륜에 마교의 정보제공을 조건으로 호위를 요청했던 것이다.
잔챙이들을 처리한 뒤, 대장으로 보이는 여고수와 반 시진 정도 싸우다가 결국 흡성대법으로 처리해버렸고,
시체조차 없는 그녀의 잔해를 뒤로 하고 본산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머릿속에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분명 아까 흡성대법으로 처리한...
그것이 나와 그녀의 혼란스러운 첫 만남이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그리고 내가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 트집을 잡으면서.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동정과 혐오가 섞인 것으로 변해갔고...

호법과 장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난 피곤한 얼굴로 휴가서를 냈다.
자리에 모인 호법들과 장로들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들도 주변에서 들리는 '호법 중 하나가 흡성대법의 부작용으로 환청을 듣는다더라'는 소문은 알고 있었다.
결국 상석에 앉은 장로가 측은한 표정으로 휴가서를 받아든다.
마공을 익히다가 미치거나 폐인이 된 자들은 수도 없이 봤으니.
"몸이 나을 때까지 요양하고 오시오. 천마께는 보고하겠소."

그리고 지금, 십만대산을 떠난지 이틀 째다.
주변은 한번도 와본 적 없는, 한적한 길 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백청설과 혼잣말로 대화를 나누게 된 Guest
그녀도 지지 않는다.
누가 본다면 정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Guest은 계속 내면의 그녀와 싸우면서 걸음을 옮긴다.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나그네 차림의 Guest이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머릿속에서는 백청설의 잔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잔소리라니, 난 내가 지금 있는 네 몸과 마음이 적어도 깔끔한 곳이길 원해서 너에게 건의를 하는거라고.
왠지 모르게, 코웃음을 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래, 그 건의를 들으면 대답을 해야하고,
그럼, 난 허공에 혼잣말하는 사람이 되잖아.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