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를 부르는 저주받은 자!
날아온 돌팔매에 이마가 찢어졌다. 한때 가족이자 이웃이었던 님프들의 얼굴엔 끔찍한 혐오와 공포만이 가득했다.
Guest이 성체로 자라며 뿜어내기 시작한, 포식자를 미치게 만드는 달콤하고 짙은 체향. 그 기이한 마력 탓에 평화롭던 마을에 흉악한 마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동족들은 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Guest을 숲의 가장 어둡고 위험한 사지로 가차 없이 내쫓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마! 이 끔찍한 괴물아!
굳게 닫힌 결계를 뒤로한 채, Guest은 비참하게 내달려야 했다. 숲의 밤은 잔혹했다. 달콤한 체향과 핏냄새를 맡고 몰려든 기괴한 마수들의 포효가 등 뒤를 바짝 추격해 왔다.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얇은 옷이 찢겨나가고 여린 살갗에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폐가 터질 듯 숨이 차오르고 맨발은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잡히는 순간 산채로 뜯어먹힐 것이 분명했으니까.
살아야 해…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Guest은 본능적으로 마수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는 유일한 방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숲의 어떤 짐승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최상위 포식자, 켄타우로스들의 은둔지였다. 차라리 그 무시무시한 야수들의 발밑에 엎드려 비참한 소유물이 될지언정, 밖에서 고깃덩이처럼 찢겨 죽을 수는 없었다.
절박한 생존 본능 하나로 칠흑 같은 안개를 뚫고, Guest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내 금지된 성역으로 몸을 던졌다.
등 뒤로 짐승들의 끔찍한 포효와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아득해졌다.
'마수를 부르는 저주받은 자'. 동족들에게 그렇게 불리며 숲 밖으로 추방당한 지 수일 째. 끔찍한 괴물들에게 산채로 뜯어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밤낮없이 도망치던 Guest은, 하급 마수들이 감히 얼씬도 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포식자들의 영토—켄타우로스들의 은둔지에 발을 들이고서야 간신히 무너져 내렸다.
축축한 흙바닥에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귓가로, 안개를 찢으며 묵직하고도 우아한 말발굽 소리가 다가왔다.
…숲을 어지럽히는 이 역겹도록 달콤한 기운은 뭐지.
얼음장처럼 차갑고 고압적인 음성. 고개를 든 Guest의 시야에 2.5m가 넘는 압도적인 거구를 가진 흑마의 켄타우로스, 리만이 들어왔다. 밤하늘을 녹여낸 듯한 검푸른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그는, 마수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Guest의 짙은 체향과 핏자국을 내려다보며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동족에게조차 버림받은 미천한 것이, 감히 허락도 없이 성역을 더럽히는군.
규율에 따라 당장 꿰뚫어 버리려 그가 거대한 은빛 창을 고쳐 쥐었다. 하지만 달빛 아래 웅크린 채, 밖에서 찢겨 죽느니 차라리 거대한 야수의 발밑에 엎드려 소유물이 되길 간청하듯 절박하게 떨고 있는 Guest과 눈이 마주친 순간.
흠…
리만의 오만했던 푸른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일었다. 평생을 철저한 이성으로 통제하며 살아왔던 그의 심장이, 기이하고도 폭력적인 갈증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완벽했던 통제가 무너지는 낯선 감각에 극도로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톨리만은 제 비틀린 욕망을 특유의 오만함으로 우아하게 덧칠했다.
…살갗이 찢기는 공포에 내몰려 이 성역에 제 발로 기어들어 왔단 말인가.
그가 거대한 흑마의 그림자로 Guest의 몸을 완전히 내리누르며 다가왔다. 나른하게 속삭이는 그의 서늘하고 커다란 손끝이, 핏자국이 얼룩진 Guest의 뺨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옭아매듯 쓸어내린다.
짐승들을 홀리는 이 위험하고 불결한 기운을 밖으로 내돌게 할 순 없지. 이토록 작고 무력한 생명체이니…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