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7월의 뜨뜻미지근한 어느 날.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고, 어머니는 그걸 이유로 이혼을 택했다. 잘 살지는 않았어도 그럭저럭 사람 사는 집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빨간 압류딱지가 벽마다 붙었다.
도망치듯, 쫓겨나듯 나온 곳은 번화가 한복판. 네온사인 전광판이 볼품없이 깜빡이는 숙박업소였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내 몸만 한 캐리어를 끌고 나왔던 날도 6월이었다. 방값을 못 낸 지도 1년쯤 됐다는 말이다.
아버지가 너네 엄마와 네 눈치를 보며 마주치지 않으려고 이른 새벽에 나갔다가 늦은 밤에 들어오는 것쯤은, 너도 알 거다.
미안해서. 눈감아주는 게 고마워서.
어쩌다 마주치면 네 손에 초코우유를 쥐여주고, 너네 엄마한테는 천 원짜리 몇 장을 건네는 것도.
맨날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일자리를 구할 생각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아버지가 미웠다. 데리러 오겠다며 나가놓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어머니도 미웠고, 곰팡내 밴 이 방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탁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아버지의 때 탄 담배갑 속 무른 담배 하나에 불을 붙혔다.
그리고 그때, 네가 좆같은 타이밍에 떡을 들고 내 방 문을 두드렸고.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12